Seoul Myeongdong

신한은행 명동역지점 입면 및 저층부설계 공모전
건물 / 공모
당선, 프로젝트 진행중
팀: 김창기, 김기준
스튜디오 인 로코와 협업
2018-2020

부드럽고 우아한 백색의 곡면 표피로 덮힘으로써 건물은 복잡하고 부산한 명동 거리에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이 된다. 부드럽고 얇게 구부러진 외피는 보는 사람의 위치나 빛의 방향에 따라 무수히 많은 인상을 제공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의 역사에서 면포를 늘어뜨리는 행위에는 다양하고 특별한 의미가 있다. 대상을 면재로 가리거나 덮는 일은 대상이 지닌 지위적 우월함 혹은 명예를 상징하고, 장막으로 가려져 구별된 영역은 관찰자로 하여금 기대감과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한다. DRAPES는 은유적이고도 명확한 방법으로 건물의 주변 환경 및 그 분위기와 성질로부터 구별되기 위한 입면 장치로 고안되었다. 오래되고 익숙한 기존 건물은 부드럽게 가려진 인상으로 다양한 방문자를 맞이할 것이다.
대지예술가 팀인 Christo & Jeanne-Claude는 천을 늘어뜨려 가리는 방식을 통해 거대한 건물이 하나의 오브제로 변하는 낯설고도 특별한 경험을 유도한다. 기존건물을 단일한 오브제로 다룸으로써 복잡하고 다층적인 성질을 지닌 명동 상업지역에서 건물이 특별하고도 단정한 존재감을 갖도록 한다.

건물 전체를 감싸는 DRAPES는 건물의 주변환경 및 내부공간의 필요에 따라 덜어지거나 들어 올려진다. 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건물 안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고, 휘장의 열린 부분을 통과하며 건물에 들어서게 될것이다. 교차하는 두 도로의 폭과 성격을 고려하여 10 미터 도로를 향해서는 두 개층 높이 만큼, 그리고 6 미터 도로쪽으로는 한 개층 높이 만큼의 막이 올려졌다. 막이 삭제된 입면으로 내부공간이 드러나 보이며, 이 곳은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을 향해 다양한 방법으로 건물의 고유의 이야기와 장면을 전하는 미디어 스페이스가 된다.

지가가 높은 명동의 사거리 모퉁이에 공공을 위한 휴식공간을 구축하는 일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신한은행의 사회공헌적 태도에 대한 증거이며, 명동의 수많은 보행자들을 위한 실제적인 편익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이곳은 명동에서 쉬고 머무를 수 있는 장소이며, 시민들의 약속장소이자 실질적인 집객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무심히 지나치는 건물의 모서리가 아닌 멈추거나 머무르기 적합한 장소를 제공함으로써 기존 명동의 상업시설들과 구별된 인상을 준다. 이 공공 공간은 건물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둥근 유리 벽, 조경과 스트릿퍼니쳐로 이루어진 바닥, 그리고 영상이 투사되는 미디어 천장으로 둘러쌓인 작은 방이 되어, 내외부 공간의 산발적인 관계가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사라지는 장소가 된다.

건물의 모습은 해가 진 후에 명동거리 풍경과 더욱 극적인 대조를 이룬다. 화려한 입간판과 부산한 매장 입구가 이어지는 거리의 끝과 시작이 되는 모퉁이에, 공간 내부 다양한 미디어 장치에서 발산하는 빛을 스스로의 장막으로 걸러낸 후 부드럽고 의연하게 길을 밝히는 건물로 드러난다.
주름진 표면은 거리에 즐비한 입간판의 집합에 비견할 수 있다. 단일한 유닛이 모여 이루어진 입면은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다채로운 시각적 효과를 위해 일정한 방향성을 지닌다. 입면은 두 가지 층위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건물의 증축부 골조에 의해 지탱되는 알루미늄 단열바 시스템과 이에 매달리는 저철분 로이삼중유리로 이루어지는데, 여기에 건물의 실제적인 단열층과 환기창이 위치한다. 두 번째 층은 건물의 가장 바깥 표피로, DRAPES 의 형태와 효과를 구현하는 삼차원 알루미늄 타공판넬과 이를 지지하는 부재들이다. 흰색 타공판넬의 안쪽면은 층별로 다른 색이 도장되어 개별 판넬의 내부와 외부는 다른색을 지니지만, 타공판넬이 이루는 전체 곡면의 흐름은 다층적인 색과 질감을 연출할 것이다.

타공판넬 시스템 모듈의 폭은 1.25 미터이고 높이는 각층의 층고 (3.6 미터)로 이루어진다. 1 센티미터의 지름을 갖는 타공모듈이 정삼각형로 배열된 표면의 투과율은 22.7%이다. 옥상층 패널후면에는 LED 스트립 판넬을 설치하여 멀리에서도 건물의 입면에 담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하나의 긴 그림을 접어서 세워 놓은듯한 입면은 건물 주변의 다양한 지점에서 그 모습을 기억하게 하고, 건물을 따라 걸어가는 보행자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건물의 표정을 경험하게 한다.

저층부의 설계는 기존건물의 흔적의 변주라고 할 수 있다. 옛 것으로부터 완전히 달라진 새 공간이 아닌, 기존 공간의 틀과 형식의 잠재력을 돋보이게 하는 새로운 공간을 계획한다.
(1) 각 Void의 형태를 이루는 층별 슬라브 경계는 기존구조체 곡선 및 이 곡선을 테마로 새로이 만들어진 곡선을 따라 만들어졌고, (2) 각 층을 연결하는 두 개의 스탠드에도 곡선을 사용해서 3차원적인 곡선이 내부공간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며, (3) 지하1층에서는 곡면 유리를 내부 마감 재료가 가볍고 밝은 공간을 구축한다. (4) 건물의 기존 부분과 증축부의 천장면은 구별된 재료 적용으로 대비를 이룬다. 기존 영역에는 철망, 목재루버 등의 투시형 천장을 통해 건물이 이제까지 겪어온 시간이 보여지도록 하고, 증축되는 영역은 시선이 통과하지 않는 평활한 면을 구축함으로써 스크린 혹은 조명을 반사하는 표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건물 주변 길과 보행자 흐름을 고려한 경계부 보이드와 건물 내부 공간을 우선 고려하는 중심부 보이드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건물의 구조형식을 고려하여 계획된 두 보이드는 그 위치와 형태, 성격이 서로 다르며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중심부 보이드는 건축물의 골조 중 철골보 영역에서만 계획되어 철거의 용이함을 고려했고, 경계부 보이드는 기존 골조의 외곽 경계와 새로운 입면 사이에 계획하여 추가공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부의 흥미로움과 아름다움을 가로변으로 내어 보여주며 장막이 들어올려진 투명한 입면에 조응하는 공간이다. 공간적 디스플레이를 활용해서 건물 내부 사람들 뿐 아니라 건물 밖을 지나는 보행자들에게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 공간의 역할을 한다. 가로변을 걷는 사람들은 내부공간이 누구나 들어와 머물 수 있는 장소임을 알게 될 것이며, 다양한 형식과 종류의 이벤트, 공식적이거나 비공식적인 행사, 여러 규모의 강연 및 공연에 쓰일 수 있다.

지하1층에서 지상2층에 이르는 오픈 커뮤니티 플레이스는 저층부의 핵심공간이다. 공연이나 강연을 관람할 수 있고, 다채로운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서, 일정이 없는 시간에는 신한은행이 주최하는 프로젝트에 관한 다양한 메시지를 투사할 수 있다. 개방형 콘서트홀과 대형 디지털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몰입감있는 볼거리와 공간감을 경험하게 된다.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한 Library는 명동의 분주함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집중도 높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전통적인 미디어인 책, 잡지, 신문들을 접할 수 있고 신한은행 및 우리나라 금융의 다양한 역사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둥근 벽체에 둘러싸인 독립된 방들은 다양한 커뮤니티를 위한 강의 및 워크샵 공간이며, 공간 사이 슬라이딩 도어를 모두 열면 연속하는 갤러리로 쓰일 수 있다.

저층부 단면의 경계부 보이드와 중심부 보이드의 병치에 설계 개념이 드러난다. 두 가지의 보이드는 상호간에 독립적인 성격을 지니는 동시에 시선과 동선으로 연결되는 관계망을 이룬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각 공간의 고유한 공감감을 경험하면서 동시에 인접한 다른 공간을 발견하고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다.

1층은 명동 가로의 확장으로서의 공공영역이 된다. 실내 외를 구분하는 투명한 입면은 인접한 10미터 도로와 6미터 도로를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안으로 들여오고, 건물 안으로 들어오면 다양한 층고의 공간에서 낮선 사람들과 마주치고 지나치는 경험이 이어진다.

2층의 공간은 공공영역으로서 의도된 1층 보다 아늑한 집 같은 분위기와 정적인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명동 가로의 번잡함으로 부터 멀어진 이 곳에서는 바깥 혹은 1층을 내려다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신한은행의 다양한 서비스를 경험하거나, 자료를 탐독하며 오래 머물 수 있다.

지하 1층의 워크룸은 빛이 번지는 반투명 유리곡면으로 이루어져 가볍고 부드러운 공간감을 구현한다. 중규모 혹은 소규모 워크샵과 전시, 세미나를 할 수 있고,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자연스러운 공간간 연결과 분리가 가능하다.